플라톤 인용구의 취지
“지혜로운 자는 말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말하고, 어리석은 자는 그냥 말해야 하기 때문에 말한다.” 이 문장은 말의 본질을 꿰뚫는다. 말은 채움이 아니라 맞춤이며, 침묵을 두려워해 내뱉는 소리가 아니라 실마리를 건네기 위한 선택이다. 고대 아테네의 공론장은 말이 넘쳤지만,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문답을 통해 말이 언제 힘을 가지는지 분명히 보여줬다. 말은 방향, 근거, 시점, 책임이 결합될 때 비로소 설득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이유 없는 말하기는 소음을 늘리고, 진실에 도달할 기회를 갉아먹는다.

지혜로운 말하기의 기준
지혜로운 말은 목적과 근거가 분명하고, 듣는 이를 향해 정확하게 겨냥된다. 다음 기준을 점검해 보자.
- 목적: 내가 이 말을 통해 바꾸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 근거: 경험, 데이터, 규범 중 무엇으로 뒷받침하는가?
- 타이밍: 지금이 가장 알맞은 때인가, 기다리는 편이 더 낫지 않은가?
- 경청: 먼저 듣고 요약한 뒤 내 발화를 시작했는가?
- 책임: 말한 뒤 생길 결과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 간결성: 핵심을 한두 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는가?
- 유익성: 듣는 이에게 실질적 도움과 방향을 제공하는가?
이 기준은 화려한 문장기술보다 우선한다. 말의 높낮이, 수사, 기교는 전달을 보조할 뿐이며, 내용과 구조가 선행될 때만 빛난다.
어리석은 말의 패턴
어리석은 말은 대체로 충동에서 출발한다. 침묵이 낯설어 공백을 메우려는 심리가 작동할 때, 말은 목적을 잃고 흩어진다.
- 과잉 발화: 말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끝없이 늘어놓는다.
- 과시적 수사: 지식을 드러내려는 마음이 많아질수록 내용은 비어간다.
- 성급한 단정: 단편적 정보로 전체를 규정하고, 수정 가능성을 차단한다.
- 검증 부재: 출처 확인 없이 퍼뜨리며, 후속 질문이 들어오면 논점을 회피한다.
- 소음 생성: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불만만 반복한다.
이런 패턴은 한순간의 시선을 끌 수는 있어도, 신뢰와 성과를 소진시킨다. 진짜 힘은 말의 양이 아니라 맥락을 맞추는 능력에서 나온다.
침묵과 경청의 힘
침묵은 비어 있지 않다. 침묵은 생각의 공간을 마련하고, 타인의 말을 채집할 시간을 준다. 경청은 상대의 언어, 감정, 전제, 요구를 가늠하게 하며, 그 위에 정확한 문장을 얹을 토대를 만든다. 말하기와 침묵은 대립하지 않는다. 침묵이 있을 때 말은 더 또렷해지고, 경청이 선행될 때 반론도 공정해진다. 말의 실수는 대개 듣지 않음에서 비롯된다. 먼저 듣고, 요약하고, 확인하고, 그 다음에 말하라. 그러면 적은 말로도 넉넉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디지털 시대 적용
오늘날 피드와 댓글, 짧은 영상은 빠른 반응을 요구한다. 속도는 편리하지만, 검증 없는 발화를 부추긴다. 플라톤의 문장은 이런 환경에서 더욱 실천적 기준이 된다.
- 클릭을 겨냥한 자극 대신, 독자나 시청자가 가져갈 한 가지 실천 포인트를 제시한다.
- 즉흥 업로드를 줄이고, 최소 한 번의 사실 확인과 구조 점검을 거친다.
- 논쟁은 상대의 요지를 먼저 요약하고, 논거를 번호 매겨 제시한다.
- 화제성이 큰 사건일수록 잠시 기다렸다가 추가 자료가 나올 때 정리한다.
속도보다 정확성, 확신보다 검증, 수다보다 구조를 선택할 때, 말은 브랜드가 된다. 말의 기록이 쌓이는 시대일수록 선택적 발화가 곧 자산 관리다.
실전 점검 리스트
말하기 전에 다음을 스스로 묻자.
- 지금 말하지 않으면 생기는 손실은 무엇인가?
- 이 말은 누구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가?
-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무엇인가?
- 출처와 숫자로 검증할 수 있는가?
- 반대 견해를 내 말로 요약해 본 뒤에도 같은 결론인가?
- 지금이 가장 알맞은 때인가, 더 나은 때가 있는가?
- 내가 직접 실천할 의지가 있는가?
이 일곱 가지 질문만 습관화해도 불필요한 발화는 줄고, 남는 말은 더 단단해진다.
플라톤의 문장은 화려한 담론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를 던진다. 침묵을 감내하고, 들을 것을 먼저 듣고, 말은 꼭 필요할 때만 꺼내라. 그러면 말은 나를 드러내는 소음이 아니라, 함께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도구가 된다. 할 말이 있을 때 말하라. 그리고 할 말이 생기도록 읽고 듣고 생각하라. 이 간단한 태도가 지식의 깊이, 협업의 신뢰, 결과의 정확도를 한층 끌어올린다. 말은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다. 맞아떨어지는 한 문장이 때로는 긴 연설보다 훨씬 멀리 간다.